📰 AI·배터리 산업의 숨은 심장, 희토류 공급 리스크 다시 부상
2025년 들어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 패권 경쟁이 다시 본격화되면서, ‘희토류’가 다시금 글로벌 경제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습니다. 희토류는 지구상에 흔히 존재하지만, 고순도로 정제하기 어렵고 환경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생산 가능한 국가는 제한적입니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채굴뿐 아니라 정제·가공 분야에서 세계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의 ‘목줄’을 쥐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미국이 희토류 통제를 둘러싼 대중 압박을 강화하면서, AI·배터리·방위산업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분쟁을 넘어 ‘기술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희토류는 인공지능 반도체, 전기차 모터, 스마트폰, 군용 레이더 등 거의 모든 첨단 기술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로, ‘산업의 혈액’이라 불립니다. 중국이 이를 전략적으로 통제하면 미국의 제조 기반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진영 모두 자원 안보를 국가안보의 핵심 의제로 삼고 있으며, 희토류 자급률을 2030년까지 4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로드맵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은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우방국과의 희토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공급망 재편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 희토류 수급 불균형이 불러올 산업 충격
AI 산업과 배터리 산업은 희토류 공급의 불안정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입니다. AI 서버용 GPU와 반도체에는 네오디뮴, 사마륨, 프라세오디뮴 등의 영구자석 소재가 들어가며, 전기차의 모터에는 디스프로슘, 테르븀 같은 희귀 원소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금속은 대체 기술이 거의 없고, 재활용률 또한 10% 미만으로 낮습니다. 따라서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만으로도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들어 중국의 수출 통제 강화 발표 이후 글로벌 희토류 가격지수는 6개월 만에 35% 상승했고, 특히 전기차용 모터 소재 가격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단순히 원자재 비용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제조업의 마진 구조를 전반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AI 서버 생산 기업들은 부품 조달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전기차 제조사들은 희토류 대체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및 배터리 기업들은 장기공급계약(LTA)을 늘려 안정적 조달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PMI(제조업 구매관리지수)에서도 ‘핵심 소재 확보 불안’ 항목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며, 산업 전반에 공급 병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각국 정부는 전략 비축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5년 하반기에 들어 국가전략비축(NDS)에 희토류 항목을 추가했고, 한국과 일본도 비슷한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리스크 완화에 기여할 전망입니다. 다만 각국의 비축 경쟁은 희토류 가격의 고착적 상승을 유도하고,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중장기 경제 전망과 파급 효과
희토류 분쟁의 파급력은 단순히 산업 차원을 넘어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단기적으로는 자원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재편과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오지만,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 경쟁력에는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희토류 가공 및 정제 분야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자급화 전략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는 일정 기간 ‘고비용-저성장’ 구간을 경험할 가능성이 큽니다.
2026년 이후에는 희토류뿐 아니라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 전반에 걸친 공급 안정화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이는 국가 간 블록화(경제권 단위 재편)를 심화시키고,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정학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특히 ‘친우(友)무역(friend-shoring)’이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자원 확보는 더 이상 시장 논리가 아닌 동맹 정치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신흥국들은 희토류 개발 및 투자 유치 경쟁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는 반면, 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구조적 취약성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물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희토류 가격이 상승하면 전기차·AI 하드웨어·친환경 기술의 생산단가가 높아지고, 이는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됩니다. 세계 인플레이션율이 재차 상승세를 보일 경우,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도 다시 긴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희토류 리스크는 단순한 산업 이슈가 아니라, 금융·환율·정책 전반에 걸친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거시경제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투자자와 정책 입장에서의 대응 전략
투자자 입장에서는 희토류 리스크를 단기적 변동성으로 보기보다는 중장기 테마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희토류 채굴 및 가공 관련 기업, 대체 소재 연구 기업, 리사이클링 기술 기업은 향후 5년간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호주, 캐나다의 광물 기업을 추종하는 ETF들은 정부 정책과 맞물려 중장기 우상향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단기 투기적 접근은 가격 급등락에 따른 리스크가 크므로, 정책 방향성에 기반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두 가지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첫째, 국내 소재 기업 중 희토류 대체 기술(예: 페라이트 자석, 탄소 복합소재 등)을 개발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이들은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재활용 및 정제 기술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어, 관련 상장사 또는 비상장 투자 기회를 탐색할 만합니다. 이와 동시에 정부의 ‘핵심 광물 전략 비축 확대’ 정책이 구체화될 경우, 관련 인프라 기업이나 물류 기업에도 파급 효과가 예상됩니다.
정책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자원 안보 로드맵’을 구축해야 합니다. 호주, 베트남, 몽골 등과의 광물 협력 강화, 국부펀드를 활용한 해외 광산 투자 확대, 국내 정제 기술 R&D 지원 확대 등이 그 핵심입니다. 또한, 재활용 기술을 통한 순환자원 확보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내재적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결국 희토류는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라, 향후 글로벌 패권 구조를 결정짓는 전략 자산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AI와 친환경 산업이 성장할수록 희토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의 미국 대중 압박은 단기 갈등을 넘어 ‘산업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 모두, 이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