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APEC 정상회의는 미·중 간 갈등 완화의 신호탄이자, 아시아-태평양 공급망 재편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공급망 복원’과 ‘경제 안보 협력’을 동시에 언급하며 전략적 균형을 모색한 이번 회의는, 향후 5년간 아시아-태평양 무역질서와 산업지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Resilient and Inclusive Supply Chains(복원력 있고 포용적인 공급망)”이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강조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역 확대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의미합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등 전략산업의 ‘친구국 중심 생산’ 전략을 이어가면서도, 중국과의 대화 채널을 복원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공급망 다변화의 핵심 축, 아시아-태평양의 구조적 변화
향후 5년간 아시아-태평양 공급망은 ‘집중에서 분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중심의 제조 허브 구조가 점차 다변화되며,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는 AI·배터리·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제조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은 기술 중심형 공급망의 ‘중간 허브’ 역할을 확대할 전망입니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단순히 생산 위치의 이동에 그치지 않습니다. 각국이 자국 내 산업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공급망 전략법’을 제정하고, 핵심 품목의 조달 다변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또한 2026년까지 ‘핵심 품목 공급망 안정화 계획’을 추진하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소재를 중심으로 동맹국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 기술·디지털 공급망의 부상과 새로운 경쟁 구도
기존의 물리적 공급망 중심에서 벗어나, 디지털 공급망과 데이터 이동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APEC 회원국들은 AI·클라우드·사이버보안 협력을 통해 무역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데이터 국경(Digital Borders)’을 완화하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는 향후 5년간, 기술 기반 공급망 경쟁이 제조업 중심의 경쟁을 대체하게 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미국과 일본은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기술 표준을 선점하려 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체 플랫폼과 화웨이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두 축 사이에서 ‘중립적 기술 허브’로서의 포지션을 확립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설계·데이터 보안·스마트 물류 분야는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영역으로, 향후 국제 협력 확대의 중심이 될 전망입니다.
📈 지속가능성과 ESG 연계 공급망의 확장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APEC 회의에서는 각국이 탄소배출 저감, 인권·노동 기준 강화, 투명한 조달 체계 구축을 주요 협력 의제로 설정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면서, 아시아 기업들도 탄소 관리와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ESG와 기술을 결합한 ‘그린 공급망 모델’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친환경 기술과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한 새로운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 향후 5년,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적 방향
한국은 공급망 중심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3단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미·중 간 기술 표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이중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동남아 및 인도 시장과의 생산·유통 연계를 강화하여 공급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합니다. 셋째, 데이터·AI 기반의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통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디지털 전환이 필수입니다.
결국 APEC 이후의 5년은 ‘공급망의 재정의’ 시기입니다. 단순한 제조 이동을 넘어, 기술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정치적 유연성이 교차하는 복합적 경쟁의 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 흐름 속에서 균형 잡힌 외교와 산업전략을 추진한다면, 아시아-태평양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